글 | 농업경제학과 권은미



 보통이면 자고 있을 토요일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그 날은 우리가 봉사활동을 하기로 한  날이였다. 우연한 기회로 행정학과 수업을 들으며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보통 우리 과에선 없는 일이라 기대가 되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에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11월 1일 아침, 2대의 관광버스의 좌석을 모두 채워서 진천군 백곡면 대문리로 떠났다.


 대문리에 들어서자마자 정겨운 시골 풍경이 펼쳐졌다. 쌀쌀한 가을 날씨였지만 산의 아름다운 단풍을 보니 쌀쌀한 날씨가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였다. 대문리에서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주신 이장님은 교수님과도 친해 보이셨다. 이장님께서는 우리에게 오늘 너무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어주셨다. 우리는 빠르게 조를 나누고 서로 할 일을 분담해서 일을 할 곳으로 흩어졌다.


 나는 평소 수업을 통해 친하게 된 여자후배 둘과 처음 보는 남자후배 둘과 한 팀이 되었다. 우리 다섯은 농장과 밭을 일구시는 아주머니 댁으로 배정받았다. 아주머니를 처음 본 순간 너무 후덕한 인상에 옆집 아주머니 같은 친근함을 느꼈다. 아주머니께서는 우리에게 농사가 끝난 고추밭 정리하는 일을 주셨다. 나는 처음 고추밭을 정리해 보는 것이라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경험이 있는 남학생들의 도움으로 생각보다 쉽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아주머니께서는 손수 점심을 만들어 주셨다. 그 날 일을 마치고 먹었던 밥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너무 맛있어서 다들 평소보다 많은 양의 밥을 먹었다. 아주머니께서는 일하려면 밥을 많이 먹어야 한다면서 계속 밥을 더 권하셨다. 시골의 인심을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주머니께서는 우리가 일을 할 때에도 계속 새참을 나르시며 우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주머니께서는 예전만 하더라도 농사일로도 먹고 사는 데 걱정이 없었지만 요즘은 사료 값이나 원자재 값이 올라서 농사일을 하면서도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한다며 한숨을 쉬셨다. 농가경제가 많이 어려움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어느 곳도 비슷하겠지만 농가경제의 미래도 결코 밝지만은 않다. 벌써 세계는 개방화 시대를 맞아 무한경쟁체제에 도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에게도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변화는 우리 젊은 세대가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농업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했다.


 일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차에 올랐다. 농사일을 하느라 손도 다지고 여기저기 흙투성이였지만 마음만큼은 가벼웠다.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쉬웠다. 다음에 또 온다는 말을 하고 헤어졌지만 다시 올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에 헤어짐이 너무 아쉬웠다. 청주로 향하는 버스 안은 다들 지친 모습으로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오늘 하루 나눌 수 있어서 너무 보람된 하루였다. 이번 봉사활동을 계기로 나눔의 행복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가을 단풍만큼이나 아름다웠던 대문리에서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