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희(일반회원, 재)중부직업전문학교  이사장)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온다
창밖 솜털 같은 연분홍 자귀꽃에 제법 굵은비가 후두둑 후두둑 거린다
아휴 어쩌나 봉사 활동하러 가는데 비가 오면......
짦은 한숨이 나온다
그리곤 혹시...... 이런 날씨에 봉사활동이 연기 되지 않을까? 일이 줄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하면서  준비한 먹거리를 챙겨서 출발 했다
충북 음성군 대소면 삼정리 410번지
네비에게 나를 맡기고 출발하면서 잠시 묘한 생각이 들었다
음성이면 나의 고향이 아니던가!
나의 고향을 네비에게 맡기고 출발 하는 나 자신에게 잠시 쓴 웃음이 나온다
창밖으로 보여 지는 유월의 풍경은 너무 여유로웠다
연초록을 벗어나 녹음이 되어버린 들판.  빗방울에 튕겨지는 플라다너스 이파리들.



진천 톨게이트를 지나 국도를 10여분 달리자 마을 회관이 나타났다
작고 아담한 시골. 나의 살던 고향 그 모습 이다
회관 앞마당엔 꽃씨 날려 버린 민들레가 군데 군데 자리 하였고
텃밭에는 아직 어린 깨순이며 동부, 파, 금방열린 고추 그리고 동네 아이 두어명 이장님과 마을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반갑게 나를 맞이 했다.



도착한 일행들은 밀짚모자에 고무신을 챙겨 신고 각자의 일터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내 미션은 점심을 맛나게 하는 것이다  오늘의 메뉴 잡곡밥과 닭계장
커다란 양은솥에 닭을 넣고 푹 고아서 고사리며 우거지에 갖은 양념을 하고 닭계장을  끓이기 시작했다  김이 펄펄 오르는 닭계장의 맛있는 냄새는 이 세상 어느것도 부럽지 않았다
점심이 되는 동안 회관 청소를 하기 시작했고 구석구석 먼지를 털고 닦은 후
우리는 밥상을 준비 했다. 김치, 두부조림, 섭산적, 생선전, 표고버섯전, 무숙장아찌
그리고 보리잡곡밥에 닭계장 수라상이 부럽지 않았다.




일터로 나간 일행들은 하나둘씩 인삼밭에서, 참깨밭에서, 고추밭에서, 오이 하우스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회관으로 모였고 마을 어르신들로 마치 경로 잔치라도 하듯 다들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서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리게 했다.




후식으로 마을 이장님이 주신 막걸리와 파전은 우리 일행을 더욱 행복하게 해 주었다.
장마를 시작 하는 비는 오전보다 훨씬 많이 내리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일터로 행하는 우리 일행의 뒷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그 자체였다.
참 행복하고 아름다운 날이었다.
이런 아름다움과 행복을 선물해준 이재민사랑운동본부에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