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조의 추억


김설아(봉사회원,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산사태가 휩쓴 충북 제천 팔송리 마을.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봉사활동을 가게 되었다. 여덟 그루의 소나무가 있다하여 팔송리라 이름 붙여진 조용한 시골마을. 이름 붙여질 때의 소나무는 어디론가 다 없어져 이장님이 새로 여덟 그루를 심으셨다고 하셨다.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어디에 피해를 입은 건지 궁금할 정도로 그저 한가로운 시골마을로 보였다.


  이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다행히 여러 자원봉사자 분들이 오셔서 마을 복구를 도와주셔서 모습을 많이 되찾았다고 하셨다. 그래도 구석구석 아직 산사태의 흔적이 남아있으니 도와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도 돕고 싶었지만 선배님의 추천으로 밥 조로 들어가게 되었다. 밥 조는 자원 봉사자들의 밥을 마련하는 조인데 무려 50인분의 밥을 지어야했다. 밖에서 봉사활동 하는 것도 쉽진 않은 일이지만 밥 조는 더 고생이 많은 조라며 박수를 쳐주셨다. 박수를 받으며 부엌으로 들어가긴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50인분의 밥을 해봤을 리가 없는 우리는 막막하기만 했다.

  쌀의 양은 얼마나 잡아야하는지, 메뉴는 무얼 해야 할지.. 다행히 우리를 이끌어주시는 행정학과 조교님도 같이 오셔서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조교님이 메뉴와 재료까지 모두 준비해주셨다. 메뉴는 육개장. 쌀 두 포대를 쏟아 씻고, 채소를 썰어 준비하고, 닭을 씻어 삶고, 익은 닭을 찢고, 국에 양념을 하고 밥을 올리고... 조교님의 도움 하에 일은 착착 진행되었다. 점심준비가 생각보다 늦게 시작되어 서둘러 하느라고 정신없이 일을 했다. 그러다보니 고소한 밥 냄새, 맛있는 육개장 냄새가 솔솔 풍기기 시작했다.


  밥상을 차리고 자원 봉사자들이 한 분, 두 분씩 들어오셨다. 그리곤 일이 고되셨는지 밥을 맛있게 드셨다. 엄마가 왜 맛있게 밥 먹는 우릴 보면 흐뭇해하시는지 이해가 갔다. 내가 준비한 밥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흐뭇해지고 보람 있었다. 그런데 처음에 너무 인심 좋게 퍼줘서인지 나중에 육개장이 모자랐다. 그래서 우리 과 몇 분은 건더기 없이 국물만 드시게 됐다. 마음이 아팠다. 물론 다른 과분들도 잘 챙겨 드려야 하지만 우리과분들이 못 먹게 되니 괜히 더 마음이 쓰이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밥 조는 아예 육개장의 맛조차 보지 못했다. 그냥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게 되었는데 우리가 만든 음식을 맛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래도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50인분의 밥을 지은 일과 맛있게 드신 분들을 생각하며 보람을 느꼈다. 비록 산사태 피해 현장을 복구하고 하는 직접적인 도움은 드리지 못했지만 간접적이나마 봉사활동을 해서 뿌듯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