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언(봉사회원,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농촌활동은 사실 나에게 그리 어색한 일은 아니다. 부모님은 비록 지금은 도시에서 좋지 않은 공기를 마시며, 자동차를 타고, 삭막한 아스팔트길을 걸어 다니고 계시지만 시골출신이셔서 틈이 나시면 종종 시골에서 밭을 빌려 고구마나 옥수수를 기르시기도 하셨고, 시골에 친가나 외가에 가면 늘 볼 수 있는 것이 밭이었다. 외할머니께서는 직접 모내기하시고 거름을 뿌려 기른 벼를 추수하면 가을마다 집에 택배로 부쳐주시기도 했고, 직접 기르신 배추를 너희들이 필요한 만큼 뽑아가서 김장하는데 보태라고 주시기도 했다. 할머니께서는 아직도 정정하셔서 삼촌과 시금치를 길러 팔고 계신다. 부모님이 원하셔서 주택으로 이사 온 후부터는 우리 집 옥상에서도 토마토, 고추, 배추, 상추, 부추, 파, 대추, 깻잎, 감, 석류, 매실… 등 얼마 되지는 않지만 다양한 작물들이 엄마의 관심 속에 쑥쑥 자라고 봄부터 가을까지 종종 옥상에 가서 토마토를 따고 고추나 깻잎을 따서 끼니때마다 대충 닦아 먹는 것이 일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큰 밭에서 일을 해본 기억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입구에서 봤을 때는 작아보였던 고추밭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길고 넓어지는 것을 보고 한숨이 푹 나오면서, 밭 300평이 얼마나 넓은지 체감했다.


  집에서 몇 그루 안 되는 고추는 필요할 때 파란 고추는 따서먹고 큰 고추는 일부러 남겨놨다가 빨갛게 익을 때 까지 기다리기도 했는데, 이 밭의 고추들은 일손이 부족해서 빨갛게 익다 못해 말라버린 고추들이 잘린 줄기위로 주렁주렁 그대로 남아있었다. 일손부족과 사람을 사서 쓸 수 없는 사정으로 부녀회장님께서 허리가 좋지 않으신데도 불구하고 의자를 끌며 고추를 따고 계신 모습에 괜히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흐리고 춥지 않은 날씨였기 때문에 밭에 서서 고추를 따는데 크게 힘들지 않았고, 교수님과 같이 간 학부생들과 대화하며 일하느라 즐거운 시간이었다. 항상 이런 좋은 환경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는 없겠지만 가득 찬 고추포대를 보며 느낀 것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고, 이런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사람들에게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