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_김종연(봉사회원,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지난 5월 21일, 조직관리론 수업을 듣는 학우들과 강릉으로 봉사활동을 갔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씻고 학교에 집합해서 9시쯤에 출발했다. 가는데 걸리는 시간만 3시간 정도라 버스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며 도착을 기다렸다. 날씨가 흐리긴 했지만 햇볕이 들지 않아 오히려 봉사활동을 하기엔 좋은 날씨일 것 같았다. 휴게소를 두 번 정도 지나치니 드디어 우리가 봉사활동을 펼칠 농장이 나왔다.

  폭설로 인해 무너진 농장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황폐해보였다. 도저히 농장이었다고는 생각 되지 않았다. 뉴스에서나 보던 자연재해 피해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니 더 실감이 났다. 피해액수를 말씀해주셨는데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억’ 단위였던 것 같다.
  농사는 하느님과 동업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가보다. 날씨에 따라 잘 될 수도, 못될 수도 있으니 하루하루가 불안할 것 같다. 남학우들은 밭으로 가서 여러 자재들을 주워오고 여학우들은 모아 온 자재들을 분류했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이내 소나기가 되어 우리를 괴롭혔다. 우의를 입고 장화는 불편해서 신지 않았다. 나는 우선 농장아저씨가 자루에 전깃줄 같은 검은 선을 모아오라고 하셔서 친구 2명과 열심히 주었다. 길다란 막대에 20개 정도씩 붙어있었는데 잘 뽑히는 선이 있는 반면에 아무리 힘을 줘도 뽑히지 않는 선도 있었다. 1시간정도 하다 보니 손가락 끝이 저려왔다. 그리고 장화를 신지 않았더니 진흙탕을 지나갈 때 마다 신발 속으로 흙탕물이 들어오고 바지는 엉망이 되어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을 하던 도중 잠시 천막으로 모이라는 신호를 받았다. 천막으로 갔더니 새참으로 컵라면을 나눠주었다. 태어나서 먹은 컵라면 중에 가장 맛있는 컵라면이었다. 그렇게 새참을 먹고 조금 쉬다가 다시 일터로 나갔다. 비는 내리고 발은 젖고 뭔가 굉장히 짜증이 올라왔다. 하지만 형들도 묵묵히 일하는데 내가 게으름 피울 수는 없어서 열심히 일을 했다. 중간 중간에 대학원생 누나가 사진을 찍었는데 어디에 가면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일을 하다가 5시정도에 일을 끝마쳤다.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깨끗해진 농장을 보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예전에 장애인 복지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육체적으로 힘들진 않았다. 그래서 그만큼 보람의 정도가 약했는데 이번엔 정말 내가 남을 도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까 매주 주말 독거노인들에게 반찬을 전달하는 봉사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래서 난 그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정말 가기 싫고 귀찮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남을 돕는 보람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주는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