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듯한 하루
권보성(봉사회원,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때 이른 여름이 찾아온 4월의 마지막 주말...이재은 교수님과 이재민 사랑본부 분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토요일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혹은 연인끼리 웃으며 관광지로 향하는 주말과는 다르게 우리 봉사활동 버스는 충청북도를 떠나 전라북도 정읍의 어느 조그마한 동네로 향하였다. 노은마을과 운전마을 이라는 이곳은 작년 9월 집중호우로 마을을 지키던 둑이 터져 마을주민들이 수재를 겪은 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도착해보니 마을은 얼핏 보면 여느 마을처럼 평범한 마을처럼 보였으나 마을을 가로지는 내천이 많이 손실되었고 수재를 입은 상처가 아직 곳곳에 남아 있었다. 마을 어르신들은 우리의 방문을 매우 환영하셔서 이왕 봉사활동 온 것 최선을 다해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하였다. 나와 행정학과 학생들은 노은마을로 배정되어 노은마을 이장님의 명령하달로 어느 아주머니를 따라갔다. 나와 경구 그리고 여자후배 3명이 도착한 곳은 내 키만큼 쌓여있는 비료포대 앞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이 비료포대를 수레에 싣고 혹은 직접 짊어지어 두 밭에 각각 반반씩 고르게 펼쳐놓는 것이었다. 비료포대의 양은 120개 정도였다. 수레에 6개씩 싣고 남자인 나와 경구는 움직였다. 길이 엉망인 곳으로 무거운 수레를 움직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그때 나는 놀라운 광경을 보고 말았다. 남자도 들기 힘든 비료포대를 여자애들이 나르려고 낑낑대는 모습을 본 것이다. 우리는 그 장면을 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일이 거짓말처럼 지나갔다. 우리는 잠깐의 휴식을 갖고 청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비록 몸은 흙먼지가 되었고 심신이 지쳤지만 좋아하시던 수재민들을 보고나니 우리 모두 마음만큼은 뿌듯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