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참 많은 교훈을 준 무료급식 봉사활동

글 _ 박상희(봉사회원, 충북대학교 패션디자인정보학과)


  ‘수업시간을 통해 해야 하니까 해야지’ 정도로만 생각했던 약간의 의무감으로 나갔던 봉사활동...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나누어주는 국수에 계란고명을 얹는 단순한 일의 몇 시간 배식 봉사는 한참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그리고 나를 철저하게 되돌아 보는 시간이었다.

  처음에 의아했던 것은 매주 똑같은 메뉴, 그렇게 맛깔스러워 보이지도 않는 이 국수를 먹기 위해 배식 전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바닥에 앉아 기다리고 계시는 모습이었다. 또 배식이 거의 끝나갈 무렵 어떤 화장을 곱게 하신 할머니는 가방에서 검은 봉지를 주섬주섬 꺼내시더니 남은 고명을 싸가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머리를 한 대 얻어맞는 듯한 느낌이었다. 몇 가지 드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하나는 우리나라가 참 많이 발전했고, 그래서 거리도 깨끗해지고, 문맹률도 거의 낮은 나라,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 인 것에 대해 어느 정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 내가 보고 있는 광경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물론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눈으로 보니 느껴지는 감정이나 마음이 달랐던 것이다. 나보다 더 잘사는 사람들, 소위 타워 팰리스에 사는 사람만을 부러워했지 나보다 못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던 나를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거 돈으로 얼마 된다고 이런 걸 싸가려는 건가라는 생각과 함께 내 마음 한구석에서 무시하고 싶은 마음들이 올라오는 나를 보는 것이었다. 내 안에 나보다 조금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무시하려고 하는 그 교만함, 사랑 없는 나를 보았다. 참 사랑이 중요하고 사랑이 없으면 그 어떤 것도 소용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인데도 말이다. 나의 이러한 이기적이고 더러운 마음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또하나 놀랐던 사실은 우리가 함께 했던 단체가 CCC라는 선교단체였는데 이 단체는 20년 넘게 매주 같은 곳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한끼를 한결같이 섬겼왔다는 것이었다. 또 그 봉사활동의 주최자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대학생들이라는 것이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 그리고 토요일이라는 달콤하게 늦잠을 자며 나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황금시간에 그렇게 매주 나와서 봉사하는 대학생들은 내게 참 많은 도전을 주었다.
 
  비록 한 사람에게는 국수 한 그릇이지만 그 오랜 세월 동안 흘러간 사랑이 얼마나 클까 감격이 되었다. 나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주었던 그 계란 고명 안에 사랑이 흘러갔길 기대하며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사람이 되기를 다시 한번 결정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