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_ 신선민(행정학과 1학년)


 김장봉사를 하기 전주부터 비가 많이 와 김장 봉사 당일 날 비가 올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우리가 배추뽑는 작업을 할 때 보슬보슬 이슬이 맺힐 정도의 비가 내리고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땅은 이미 물에 질어있어 작업을 할 때 흙이 신발에 들어가고 물을 머금은 배추는 무거웠다. 그럼에도 남자 선배들이 몸을 불사르며 배추 자르기 작업을 시작하자 우리는 걱정보다는 사기를 얻어 선배들처럼 열심히 일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여 배추를 날랐다. 마치 연탄 나르기처럼 일렬로 줄을 서서 배추를 나르다보면 옆사람과 호흡을 맞추며 리듬 있게 배추를 나를 때 힘들기 보다는 웃음이 났다. 우리가 자르고 나른 배추들이 두 대의 트럭에 가득 찬 것을 볼 때 괜스레 뿌듯했다. 나는 선배들과 동기들이 모여 20명의 사람들이 함께해서 힘들더라도 서로 응원하며 힘을 낼 수 있었는데 이런 노고를 두 분이서만 하셨을 할머니, 할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매년 우리집은 시골 할머니 댁에서 온가족이 모여 김장을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양념과 절인 배추를 준비해 놓으시면 이모, 삼촌, 사촌동생들 모두가 가서 배추의 속을 채우는 작업을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과 그동안의 이야기 따리를 풀어내며 재미있게 일을 하다보니까 오히려 힘이 나고 재미있었다. 김장이 별로 어렵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김장 봉사에서 김장의 첫 단계인 배추 뽑기와 나르는 것을 몸소 경험하니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김장의 준비단계에서 얼마나 많은 손이 필요한지 느꼈다. 할머니께서 김장 속을 채우기 전까지의 준비단계를 할아버지와 홀로 준비하셨다는 생각에 너무 죄송했다. 배추를 자르고, 나르고, 200여개나 되는 수많은 배추를 소금물에 절이고 고무대야에 양념을 만들어 저으며 김장준비를 하셨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상상이 되며 김장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 내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장의 전 작업을 매년 꿋꿋이 해오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들면서 나는 ‘이쯤이야’라는 생각에 더욱더 힘내서 수곡동 주민들께 나눠드렸다. 처음에 배추밭에서 배추를 나를 때 노하우가 생겨 트럭에 싣고 온 배추를 내려놓을 때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리가 가져온 배추를 받고 기뻐하시는 주민들을 보니 너무 뿌듯했다.

 나는 이번 김장 봉사를 통해 우리가 일 년 내내 먹는 김치의 의미를 되새겼다. 많은 이들의 시간과 노력이 축적되고 가족을 향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는 ‘완성체’인 김치의 소중함을 느꼈다. 앞으로 김치를 감사히, 열심히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