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김장 봉사 소감문>
글 _ 서희수(행정학과)

 포슬포슬 비가 내리는 토요일 아침, 이재은 교수님의 지도하에 미원으로 김장 봉사를 하러 학교로 출발했다. 우리가 할 일은 배추 600포기를 뽑는 것이었는데 전날 비가 꽤 왔기 때문에 흙이 물러져 배추 뽑기에 더 쉽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께 배추 뽑는 강의를 속성으로 익히고 어머니께 부탁해서 구입한 장화도 신었고 우비, 장갑도 준비했으니 적어도 50포기는 뽑아야겠다고 다짐하며 걸음을 옮겼다. 도서관 앞에서 미리 대절한 버스를 타고 친구들, 선배님들과 함께 미원에 도착했다.

 시골특유의 청량하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우리가 뽑아야 하는 배추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도착해서 눈앞에 가지런하고도 빽빽하게 심어져있는 배추들을 보고 ‘아, 엄청 힘들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가져온 칼이 5개뿐이어서 선배오빠들이 한 줄씩 맡아 배추 밑동을 자르셨다. 옆에서 오빠들이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는데 배추를 다 뽑고 드디어 우리에게 배추를 트럭으로 옮기라는 작업이 내려졌다. 서둘러 내려가 오빠들에게 배추를 받으며 열심히 실었다. 그러나 비 때문에 흙이 마치 갯벌처럼 변해 발이 푹푹 꺼져서 움직이기 불편했고, 배추에서도 물이 많이 떨어져서 우비를 입었으나 가려지지 않은 소매가 푹 젖어버렸다. 비가 와서 더 수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 후회되었을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지만 조심히 배추를 날랐다. 사실 조금 꾀도 부리고 쉬엄쉬엄 하고도 싶었으나 언니, 오빠들께서 무척이나 성실하게 일하셔서 감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일 한 덕분에 금방 끝나게 되었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로 이동하여 트럭에 꽉 차게 담은 배추를 조심히 밖으로 꺼내 쌓았다. 그런 우리를 지켜보시던 아파트에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께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순간 힘들고 찝찝했던 것을 전부 잊고 굉장히 뿌듯했다.

 배추를 다 나르고 이재은 교수님께서 감사하게도 자장면을 사주셔서 정말 배부르게 먹었다. 음식을 다 먹어갈 때 교수님께서 남은 일을 더 하고 싶은 학생은 없냐고 물어보셨는데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내가 준비한 것 보다 일을 너무 안 한 것 같아 서둘러 자원했다. 사실 교수님께 좋은 인상을 남겨야겠다는 욕심도 조금 있었다. 그래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오빠들과 함께 교수님의 차를 타고 일 할 장소로 향했다.

 도착하고 나서 처음에는 조금 우왕좌왕 했지만 곧 우리가 할 일을 찾았다. 큰 대야 4개에 물을 담아 순차적으로 깨끗이 씻은 갓을 바구니에 넣고 물기를 털어 아주머니들께 가져다 드리는 것이었다. 쌓여 있는 많은 양의 갓을 교수님, 오빠들과 함께 깨끗이 씻었다. 쭈그려 앉아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허리가 굉장히 아팠지만 오빠들도 교수님도 전혀 내색하지 않으셔서 덩달아 나도 따라서 열심히 하게 되었다.

 드디어 쌓여있던 갓을 다 씻고 뒷정리를 한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가 맛있는 보쌈과 갓 담근 김치를 먹었다. 그곳에 계신 분들에게 교수님께서 오빠들과 나의 이름을 기억해주시고 소개해주셔서 매우 기뻤다. 또한 김장 봉사를 하시면서 가지셨던 생각들을 말씀해주셨는데 그 마음이 굉장히 깊고 따뜻하셨다. 역시 우리 교수님! 괜히 내가 자랑스러웠고 기분이 좋았다.

 오늘 하루는 많이 힘들었지만 그보다 보람이 더 컸고 매우 뿌듯했다. 내년에도 신청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